흰둥이와의 만남
2022년 크리스마스였다. 나는 여느 때와 다를 거 없이 당근마켓을 새로고침하고 있었다. 당근에서 신기능 테스트를 하는 건지, 아니면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를 하는 건지 무료나눔을 "산타의 선물"이라 표현했었다.
나는 오래된 애플 기기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데, 당시 나는 플라스틱 화이트 맥북을 열심히 찾아다녔었다. 아이폰 3gs와 5c를 무척 좋아하는 나로썬 플라스틱 프로덕트의 질감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상태가 좋은 개체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 구매는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확히 성탄절 날에 "산타의 선물"로 흰둥이 맥북이 올라왔다. 나는 바로 채팅을 보냈고, 신나는 마음으로 한 시간을 걸어가 무료나눔을 받았다. 물건의 상태는 정말 좋았다. 램이 2기가, 하드디스크가 들어있었다.
나는 흰둥이를 집에 데려와 깨끗하게 청소해준 후 진열대에 올려두었다. 가끔 꺼내서 장난감 정도로 쓰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가치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3년이 흘렀다.
다시 태어나다
흰둥이는 금세 "진열된 신기한 물건"정도로 전락했다. 전원도 켜지 않고, 종종 친구들이 놀러오면 자랑하는 용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본가가 이사를 가면서 "이런걸 왜 가지고 있냐"라는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아마도 그렇게 구석의 골동품으로 여생을 보냈을 흰둥이는, 지금 예토전생하여 내 홈페이지 여러개를 호스팅하는 서버로 제 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글이 작성되고 있는 옵시디언 블로그도 흰둥맥에서 돌아가고 있다. 내 맥북으로 옵시디언에 글을 쓰면, 즉각 흰둥맥의 리눅스 서버에서 이를 감지하여 블로그를 재생성하는 원리다. 그 외에도 원준의 홈페이지가 흰둥맥에서 돌아가고 있다.
흰둥이는 어떻게 이렇게 부활할 수 있었을까?
흰둥맥 소개
흰둥맥은 맥북 화이트 A1342 모델로, 2009년에 출시된 제품이다. 외관은 유광 흰색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어 ‘흰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당시에는 대학생들의 입문용 맥북으로 많이 쓰였고, 지금은 단종되었다.
내가 보유한 흰둥맥은 물론 세월의 흔적은 있었으나 외관 상태는 준수했다. 2025년 6월 말, 문득 이 오래된 기기를 이용해 무언가 한다면 낭만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활용방안을 찾아보며 고민하다가 흰둥이를 개인 서버로 사용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왜 이걸 서버로 쓸 생각을 했는가?
서버를 만들었다는 말이 너무 멋져 보였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서 친한 형과 라즈베리파이로 서버를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그냥 간지가 났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서버용 PC를 사기엔 돈이 아까웠고.
구형 맥북이라면 저전력으로 항상 켜둘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게다가 이미 맥으로는 실사용이 어려운 상태였고. 가벼운 리눅스를 올려 서버로 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흰둥이를 서버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어찌 보면 장난처럼 시작됐지만 막상 해보니까 의외로 실용적이고 재미도 있었던 것이다.
램 2GB → 8GB 업그레이드
처음 흰둥맥을 열었을 때, 램은 2GB가 장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리눅스를 깔고 웹서버나 Git 같은 백그라운드 서비스를 돌리기엔 부족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8GB로 업그레이드했다. 이 모델은 DDR3 PC3-8500 램 2개까지 장착 가능해서 중고 램 2개를 구해 직접 장착했다. 생각보다 분해는 쉬웠는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했다.
전원이 켜지지 않는 것이다. SMC 초기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별 조치를 다 취한 후 몇 시간만에 부팅음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 HDD → SSD 교체 기존에는 HDD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속도가 너무 느려서 리눅스 설치 중에도 렉이 걸렸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250GB SSD로 교체했는데, 인식이 되지 않는 이슈가 있었다. 결국 사용하지 않는 iMac에서 SSD를 적출한 후에 다시 장착했더니 그제야 제대로 인식됐다. SSD로 바꾸고 나니 속도는 체감상 훨씬 빨라졌고, 부팅부터 모든 작업이 원활해졌다.

macOS 대신 리눅스 설치를 결심한 이유
흰둥맥에서 사용할 수 있는 macOS는 이미 지원이 중단된 상태였고, 최신버전 실사용도 불가능했다. (Ventura나 Sonoma 같은 최신 OS는커녕, El Capitan조차도 설치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분투 계열의 리눅스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었고, 가벼우면서도 UI가 괜찮은 Zorin OS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Pop!_OS도 고려했지만, Core 2 duo + 8GB RAM 환경에서는 Zorin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ChatGPT 땡큐!)
[[2. 리눅스 설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