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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01 그냥

그냥

2025-11-01


그냥

왜 지금 이걸 하고 있나?

삶의 방향성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그냥이라는 말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허나 나에겐 이처럼 강력한 동기를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재미있어 보여서 그냥 시작했고 끝을 보고 싶어서 계속 나아간다. 힘이 빠지면 멈추거나 포기해버리기도 하며 다시 힘이 날때면 낡은 수첩을 뒤적거리기도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다. 뭐 그리 대단한 이유가 있나? 그냥 좋은거다. 그 이유를 깊이 파고들어도 결국 나오는 말은 그냥저냥 생긴대로 선택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거다.

그냥을 이겨보려 혹은 더 강하게 잡아보려 힘을 쓰는 순간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시감에 휩싸이곤 했다. 숨을 쉬는 걸 의식하는 순간 불면이 시작되듯이, 걸을 때 양 팔이 번갈아 움직이는 걸 신경쓰는 순간 다 꼬이고 말듯이.

간지러우면 긁고 출출하면 포카칩을 뜯는 게 그냥이 아니다. 종종은 긴 호흡의 그냥들을 위해 우린 초인적인 인내와 절제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긴 호흡은 수 년에서 수십년 혹은 평생을 걸쳐 이뤄지기도 한다.

나다우려 하는 순간 가면을 쓴다. 잡으려 하는 순간 놓친다. 존재하는 순간 존재하지 못한다. 이유를 찾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찾지 못하거나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인 걸 망가뜨려가며 풀어내려 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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