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리 - 도둑맞은 집중력
2025-10-07
요한 하리 - 도둑맞은 집중력
159만원.
가볍고 거슬리지 않는 휴대폰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돈이다.
나는 그만큼이나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둔다. 기질적으로도 예민하고 눈은 어찌나 높은지 조금이라도 흠이 보이면 정이 떨어진다.
이 이야기를 왜 했냐면...나는 내 집중을 방해하는 것들에 극도로 분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오랜 시간동안 내 집중력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10년이 넘었다. 항상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시간을 낭비하곤 했다. 단순히 시간만 낭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 작업에도 영향을 끼쳐서 내 몰입의 결과물이 디버프되는 참사를 더러 겪기도 했다.
(그래도 뭘 하든 평균 이상이 나왔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 문제가 심각해졌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집중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엔 작가 본인이 3개월간 꽤나 심화된 수준의 디지털 디톡스를 했던 경험을 들어 글을 이어가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연구결과를 둘러싼 논쟁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내가 겪었던 문제와도 참 닮아있다고 느꼈다. 일 년에 서너번 이상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하거나 유튜브 앱을 지우고 다시 깔고를 반복한다.
화장실에 갈때도 의미 없는 릴스를 넘기고, 특히나 바이브코딩을 하면서 유튜브를 본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혹은 그 결과물의 퀄리티가 저하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해결력 관점에서의 체력이 떨어진다. 예전이었다면 끈기있게 풀었을 문제를 이제는 복잡하고 번거롭다 여기며 일찌감치 포기해버리게 된다.
책의 내용들은 대체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멀티태스킹의 함정, 몰입에서 오는 행복(암묵적으로 알던 것을 명시적으로 보니 무척 좋긴 했다.) 잠의 중요성(최근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연관성이 높아서 술술 읽힘.) 글 읽기 능력에 관한 작가의 고찰과 딴생각, 멍때리기의 중요성 등... 몰입을 유지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중반부, 실리콘밸리 기업의 목적을 중심으로 작가는 글을 풀어간다. 간단히 말해서 메타(구 페이스북)와 구글은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높이기 위해 최고의 인력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사업자를 내고 스마트스토어, 블로그를 공부하던 때가 떠오른다. 결국 사용자를 후킹하고 오랜 시간 붙잡아놓는 게 광고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니까. 그래야 돈을 버니까.
하지만 그렇게 사용자들을 붙들어낸 결과,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둬놓은 결과는 어떠한가? 유년들부터 노년층까지 6인치대의 작은 화면을 쳐다보느라 대화가 상실되고 몰입이 상실되었다. 하루종일 폰을 만져본다면 느꼈겠지만 대체로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인류 전체의 불행의 총합을 높이는 방향으로 간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나 자신이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더욱 강하게 공감을 했다.
전반적으로 작가는 나와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보수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내가 어느 순간 편협한 시각으로 문제들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내 안의 우월감이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깔보고 있었구나를 느끼기도 했다.
책의 후반부, 갈수록 사회 구조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걸 느꼈다. 운동, 활동이 필요하다는 주장, 어린이들이 건강히 놀 수 있게 해줘야 하고 이를 위해서 규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 감시 자본주의(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광고를 장악하는)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
솔찬히 말해 절반은 동의되나 절반은 그렇지 않다.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제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무엇을 배웠나? 일단 잠을 잘 자야 한다는 것. 원래 알고 있었지만 생각이 더 강해졌다. 정한 수면 시간이 되면 하던 일 멈추고 자는 게 맞겠다. 카페인 필사적으로 줄여야 한다. 몰입을 위해 스마트폰 알림을 꺼야겠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나는 2020년부터 말버릇처럼 페이스북 잡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지금 내 모습으로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내 인간적 능력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섭리가 있음을 경험한다. 이 책을 알라딘에서 만나기 전 날 나는 집중력이 파괴되고 릴스와 숏츠에 둘러싸인 채 최악의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잠도 오지 않아 엎드려 작게 읊조렸다. "하나님, 저를 이 곳에서 꺼내 주세요. 저를 고쳐 주세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날 나는 이 책을 만났고 이틀만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독서록 쓰는 게 너무 귀찮지만 딱 10분만 투자해서 빠르게 써봤다. 이 책을 추천하냐 묻는다면...나는 개인적으로 강추한다! 꼭 읽어보길.

